엄마 새엄마 엄마

생각 2016. 3. 1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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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이 가족사진 얘기하며 펑펑운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거같다. 초등학교 4학년때 돌아가셨다면 그 결핍이 얼마나 클지. 지금의 성인이 된 나도 상상이 안될정도로 감당이 안될거같은데 고작 만 9~10살 어린이가. 근데 또 그래서 결핍이 보였다는둥 결과론적인 얘기는 심리학적으로도 후광효과란게 있지만 너무 역겹다. 가정사 좀 안다고 다 안다는 식으로 남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건 더 큰 상처라는 걸 알면서도 하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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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님한테 듣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도 충격이었던 자매님 일화가 있는데, 학기초 반장이  호구조사를 하는데 선생님이 아니라 반장한테 맡겼나 보더라. 근데 개중에 한부모 가정인 애 손들라고 했는데 급우들이 (그렇게 민감한걸)어떻게 다보이게하냐고 쑥떡이자, "괜찮아 나도 엄마 안계셔"라고.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하긴 언젠가 돌아가시는건 당연한거고 이혼이나 여러사정으로 따로 헤어져 살 수도 있는거고. 그러자 반박했던 친구가 "미안"하고 사과했는데 "뭐가 미안해 너때문에 그런것도 아닌데 괜찮아."
철없이 놀리는건 코찔찔이때나, 상대의 결핍에 우월감을 느끼는 미개한 족속이 있다는건 인간의 추한 간사함. 함부로 동정하는 것도 상대에 대한 불손한 오만이다. 당당한 반장의 커밍아웃으로 다른친구들도 쿨하게 거수로 조사해갔다고.
씩씩한척이든 씩씩한 성격이든 제멋대로 규정하고 판단하는 편견적 시선을 극복하기에 얼마나 심지가 곧은 사람일까싶다.

# 계모 계모 정말 듣기 싫다.txt
우리 아빠는 내가 4살때인지 5살때인지, 정말 기억이라는걸 처음 갖기 시작할때 이혼을 했다.
친엄마 얼굴은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머리가 길고 예쁜 사람이었다.
두살아래인 내 동생은 친엄마의 얼굴도 기억이 안난다고 한다.

6살때 우리 엄마가 왔다.
유치원 갈때 올때 엄마가 데릴러 오는게 너무 좋았다.
그렇게 우리 엄마는 우리 엄마가 되었다.

초등학교때 태풍이 심하게 와서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홍수뉴스가 TV에 가득하던날 
동생이 심하게 열이 올라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우리엄마는 나를 앞집 이모에게 맡겨놓고 동생을 업고 그 빗속에 몇정거장 떨어진 병원 응급실까지 걸어갔다.

5학년때 처음 생리를 했다.
엄마가 삼겹살을 구워주며 내가 너무너무 예쁘고 장하다고 했다.
집안사정이 그때쯤 많이 어려워져서 아빠가 생활비도 제대로 못가져 올 때였는데도 내가 좋아하는 삼겹살을 사주었다.

중학교때 급식비가 3달치가 밀렸다. 엄마는 처녀시절부터 아끼던 목걸이와 금반지를 팔았다. 
너무 예뻐서 한번만 끼게해달라고 해도 안주던 반지를 내 급식비 때문에 팔았다.

고등학교때 성적이 많이 올랐다. 엄마는 온 동네에 다 자랑을 하고 목욕탕에서 모르는 사람과 벌거벗고도 내 자랑을 했다.

고 3때 수능 100일전. 엄마는 교회다니면서도 절에 백일기도를 하러 갔다. 수능날에도 갔다.

대학합격을 했다. 본가에서 멀어진 나에게 매일매일 전화하고 두달에 한번씩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보낸다.
방학때면 왜 안내려오냐고 성화를 부린다. 집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라도 하려는 내게 몰래 마련한 용돈을 쥐어준다.

동생도 대학을 가게 되었다.
장학금을 위해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면서 처음으로 친엄마의 존재를 알았다. 
엉엉 우는 내 동생에게 엄마는 더 미안하다고 했다. 

동생이 군대를 갔다.
엄마는 경남 우리집에서 의정부까지 가서 울면서 동생을 배웅했다
입소하는 날 찍은 사진을 핸드폰 배경으로 해놓고 하루에 몇번을 쳐다본다

어릴때부터 한동네에 살아서 우리집 사정을 다 아는 내 친구가 결혼을 했다. 
육아가 힘들다고 남편욕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나는 너희엄마처럼 남의 자식을 둘이나 그렇게 못키워주겠다고 했다.
내 자식이니 미워도 참고 키운다고.남의 애는 어떻게 키웠는지 우리엄마가 존경스럽다고 했다. 

그동안 단한번도 우리엄마가 우리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는데 
그냥 우리 엄마는 우리엄마인데 
나도 엄마랑 많이 싸우고 서로 삐져서 미운말도 많이 했는데 
남이 보기엔 그게 아닐수도 있구나, 했다 

뉴스에 자꾸 계모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를 버렸다, 아이를 때렸다 
그 뉴스에, 그 단어에 놀라 
채널돌리는 엄마의 손이 빠르다.
엄마를 상처주는 그 말이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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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뉴스에선 계모 아동학대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중이다. 친모/친부의 아동학대는 아무런 프레이밍 없이 '비정한'이 끝이다. 유독 계모 사건일 경우 헤드라인은 무조건 '계모'사건이 된다. 자식키우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준비없이 애를 덜컥 가졌다든가, 가부장적인 가치관으로 아이를 소유물 취급한다든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마땅한 롤모델이 없어 방치이상의 학대를 대물림한다든가 등 학대의 배경적 원인이 될 수 있다. 계부/계모로서는 출산을 함께하지않았고 남의 아이와 어느날 갑자기 함께 하며 부모의 노릇까지 함께 잘하긴 쉬운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학대를 잘했다는게 아니라, 생부/생모들도 지가낳은 자식인데 사이코패스짓도 하는데 하물며 계부/계모도 비율적으로 있을 수 밖에. 그놈의 신데렐라 계모가 몇년전 동화인데 드라마는 여전히 착한여주와 악녀 의붓동생과 계모가 나오고, 기사에선 '계모'의 범죄는 더더욱 부각시킨다. 한국의 신데렐라 계모는 여전히 유효하며 악랄함의 대명사로 여긴다. 물론 계모의 미담은 당연하게 취급받는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계모란 자식한테 조금만 못해도 계모냐고 공격할 수 있는, 모두의 까기좋은 대상일뿐 그 편견타파에 대해 아무도 공론화 시키는 사람도 없다. 당사자에 폭력적이지만 아무도 의식하지 못한다. 사건이 터지면 그저 역시 계모라서 ㅉㅉ으로 귀결되는 수준이다.  한국에선 계부 특히 계모가 되어선 안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색안경끼는 사람들과 확대 재생산하는 미디어가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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