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한마디

생각 2016. 8. 23. 16:34
# 인사
어렸을 때 무조건 인사를 시켰다. 사춘기때는 반항심이 생겨서 우리집과 직접 교류가 없는동네사람들은 그냥 쌩깠다. 학교에서도 친구 그러니까 내 바운더리 내에 있는 사람에게만 인사했다.
회사 들어가고선 바뀌었다. 관리직이어서 솔선수범해야하는 것도 있고 하여간 모든사람에게 인사해야하는 걸로 교육 받다보니 그때 정말 인사봇이었다.
외국에 나오면 한국인들처럼 무표정에 인사에 인색하지 않다. 너나할 것 없이, 나이에 관계없이 인사를 건네고 미소를 띄운다. 거기서 컬쳐쇼크를 받았다. 한국에서의 인사는 아랫사람의 일방적인 제스츄어를 예의로 규정한 것에 불과했다. 물론 나도 입으로만 그렇고 한국사회에서 내가먼저 솔선해서 아랫사람에게 인사하고 다니진 않음.

#호칭
사내 호칭이 협력업체 중장년층을 '여사님'과 '기사님'으로 호칭했다. 셔틀 기사님한테 그전까지는 님은 커녕 기사라고도 붙이지 않았다. 그저 아저씨였다. 식당이나 가게주인 아주머니들한테는 이모, 아줌마라고 호칭한 적은 없고 그냥 '여기요'.
사회가 고도화됐는데 이에 걸맞는 적절한 호칭의 부재가 크다. 사촌간 왕래도 사라져가는 판국에 대가족시절에나 있던 가족호칭을 생판 남에게 확장하는건 거부감이든다.
암튼 어느새 입에 호칭이 쏙 배여서 식당이나 가게점원한테도 그냥 죄다 사장님이라고 통일하고, 버스택시택배업종 분들에는 기사님으로 부르는데 가끔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이 '기사님'이란 호칭이 얼마나 듣는 기사분을 기분 좋게 하는지 종종 느낄 때가 있다. 정말 친절하시다. 짜증부리고 퉁명스러운 기사분들도 일단 짜증이 누그러지고 친절하게 대하는걸 느꼈다. 옛날 교과서에 상근이가 주는 고기한덩어리와 김서방이 주는 고기한덩어리가 새삼 생각나곤한다.

#배달
한국은 팁도 없고 밤에도 배달가능한 배달천국 최고다. 일본에선 배달료가 추가로 붙는다. 중화요리도 2천엔이상이라 배달음식 편하게 시켜먹는 문화는 아니다 그래서 만만한 편의점음식 사먹음. 한국은 음식가격에 인건비를 녹인거지만 팁대신 항상 감사하다고 인사한다. 요새는 배달앱 후기에 배달원의 친절까지 보느라 엄~청 친절하던데 각박한 세상에 살아남기가 정말 힘든거같아 서글프기도하고 또 고맙고 웬만하면 친절하다고 해줌.
특히 택배기사에 물건 받을 때마다 꼬박꼬박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가끔씩 음료수도 드림. 택배 2500원에 올 수 있는게 정말 황송하게 생각한다.

#립서비스
팁없는 나라여서 서비스를 제공 받았을 때 팁대신 립서비스라도 라는 생각을 더욱 공고히한 일화가 있다. 일본호텔사이트 후기를 보면 '신세 많이졌습니다'라는 관용적 표현이 많은데 호텔이란게 돈쓰러 가는거다보니 대접받는 고객의 마인드로 서비스를 평가하려는 태세를 취하는데 실제로 체크아웃하면서 손님이 お世話になりました라고 립서비스를 말하는 걸 보고 느낀 바가 있었다. 물론 일본도 팁없는 나라지만 서비스에 만족했다면 호감표시를 해야겠다는 생각. 어떻게보면 작은 호의적 말한마디지만 나는 호텔 니가 어디한번 돈값하는지 보자!하는 졸부마인드였는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만이 그사람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태도에서도 기품이 흘러 나온다는 것을.
그 전까지 고객으로 갔을땐 공손하면 호구로 생각했는데 만족한 서비스에는 예를 표하는 걸로 가치관이 바뀌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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