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결과 불법 드러나면 DJ도 책임져야”노무현 정권의 개혁은 그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의 인사도 그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끝이다.문재인(文在寅·50)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제 더 이상 ‘노무현(盧武鉉) 변호사’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지가 아니다.
때로는 노대통령이 제대로 국정수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충실한 참모이자, 때로는 권력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감시하는 매서운 감독관이다. 정권 첫 조각 과정에서 노대통령이 직접 추천한 한 인사도 문수석의 검증과정에서 탈락했다.
민정수석 내정 직후 “원리원칙대로만 하는 일, 개혁에 도움되는 일이라고 해서 맡았다”고 한 자신의 말처럼 문수석은 ‘원리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이번 검찰 인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문수석은 검찰의 집단반발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인사방침은 오래 전부터 구상됐던 것이고 그에 따라 법무부 장·차관을 내정한 것이다. 이번 인사 방안도 마찬가지다. 검찰 서열을 존중하나, 윗 기수부터 차례로 승진하고 주요 보직을 맡는 경직된 서열주의는 타파돼야 한다”고 원칙과 소신을 밝혔다. 그리고 그대로 밀고 나갔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노무현 정권의 민정수석실은 공직기강 등 기존 민정업무 이외에 사정과 제도개혁, 인사검증 등 역대 정권에 비해 막강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노무현 정권 5년의 제도개혁 청사진도 문수석의 머리 속에서 그려지고 있다.
과연 그가 그리고 있는 현 정권의 개혁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현대그룹 대북송금 특검문제,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격 수사 등 정권 출범과 동시에 터져나온 각종 사건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 겨를이 없는 문수석을 지난 3월14일 오후 외교통상부 건물에 마련된 민정수석실에서 힘겹게 만났다.
“대북송금 DJ 해명 충분치 않다”
이날 인터뷰는 노대통령의 대북송금 특검법 공포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국무회의가 오후 3시에서 갑자기 5시로 늦춰지면서 약속 시간을 오후 5시에서 3시로 앞당겨 이뤄졌다. 특검법 공포 여부가 결정될 국무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결론이 어떻게 날지 궁금했다.
―특검법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 것 같습니까.
“지금 이 순간(3시10분 현재)까지 특검법을 받아들이는 경우와 거부하는 경우, 양쪽을 모두 대비한 두 가지 대국민담화문을 준비해놓고 있습니다. 어제 참모들 회의에서 받아들이자는 쪽이 우세했는데 대통령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요. 오늘 국무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겠나 싶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은 2가지안을 준비해놓고 직전까지 망설임
―현대 대북송금 사건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대(對)국민 사과와 임동원, 박지원 등 이전 정권 관련자들의 사과와 해명이 충분하다고 봅니까.
“충분하지 않다고 보니까 특검이 나온 것 아닌가요. 저 또한 충분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번 특검이 국익에 손상을 준다는 하는데 과연 얼마나 손상이 오는지 그 내용을 모르겠어요. 다만 국익에 손상이 있을 것이라는 말, ‘그럼직하다’는 추측, 그 정도뿐이죠. 정확히 아는 바가 없어요. 그래서 정확히 알기 위해 국회의 선조사를 요구했던 겁니다.”
―어느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까.
“근본적으로 다 규명돼야 합니다. 책임 있는 인사들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죠. 다만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위해 비록 부당한 방법이 사용됐더라도 과거 외교적 접촉에서 맺어진 신뢰는 유지돼 나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남북관계를 위해 북한에 돈이 건너갔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부분입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서 전달했는지 규명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일이에요. 남북관계의 신뢰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어차피 그 부분은 드러나더라도 고도의 정치적 행위나 외교적 행위로서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거든요. 그런 부분은 제외해야겠지만 남북관계를 위해 일했다 하더라도 거기에 소요되는 자금을 조성한 여러 가지 행위나 거래가 잘못된 것일 경우 이를 철저히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 대상에 포함되는 겁니까.
“지난 번 김 전 대통령의 발표를 그대로 믿는다면 그 부분까지는 관여하지 않았으리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분께서 속일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외교적으로 필요한 행위’라고 했었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관여한 바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죠.”
인터뷰가 끝난 뒤 확인된 내용이지만 국무회의 논의 결과는 참모회의 결과와 같았다. 이날 오후 6시 노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법을 원안대로 공포했다. >>민주주의로 참모진 결과 수용
시간 관계상 인터뷰는 매우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사직동팀을 부활시킨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그건 완전히 오보입니다. 잘못 보도한 일부 언론이 정정한다고 했는데 아직 안했더군요. 과거 사직동팀은 경찰청 내에 특수수사대로 편제돼 있었습니다. 경찰직제 선상에 있어 수사가 가능했던 조직이면서 실제로는 청와대가 지휘 운용하는 팀이었죠. 청와대가 변태적인 방법으로 수사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됐고, 폐지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정권인수위 때 확인해보니) 사직동팀이 폐지된 이후에도 청와대 사정비서관 산하에 검찰, 경찰, 감사원 등에서 감찰요원이 파견돼 계속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감찰업무의 특성상 청와대 밖에 있어서 이전 정권에서는 별관팀이라고 불렀습니다. 다만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서인지 대외적으로는 숨겨왔더군요.
우리는 그 인원(10여 명)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입니다. 새로 부활하는 것이 아니죠. 그리고 과거와는 달리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과거 사직동팀과는 전혀 다른 조직입니다. (청와대 사정비서관 산하에 있기 때문에) 수사권한은 없고 감찰 기능만 있습니다.”
―민정수석실이 과거 정부에 비해 무척 비대해졌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비대해진 것 전혀 없습니다. 편의상 직제가 조금 바뀌었을 뿐입니다. 민정수석실에 있던 민원업무는 국민참여수석실로, 시민사회 업무는 정무수석실로 넘어간 것이죠. 대신 민정수석실이 민정1비서관과 민정2비서관으로 나뉘었습니다. 민정1비서관은 종전의 민정업무를 그대로 담당하고, 민정2비서관은 권력기구의 개혁지도를 그리는 업무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그게 좀 색다르다면 색다르죠.” >>민원업무는 짬처리하고 정무는 다받아먹기
―향후 민정수석실에서 가장 중점을 두게 될 업무는 무엇입니까.
“지난 정부 때는 (민정수석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느낌이 듭니다. 인사가 비선라인에서 결정돼버리니까 추천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이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던 것입니다. 그래서 인사난맥상이 초래됐던 것이죠. 또 친인척 관리업무도 통제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업무를 제대로 해야 할 것입니다.” (중략) ―각 부처 1급에 해당되는 인사까지 청와대에서 직접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처 장관들에게 일임해도 되지 않습니까.
“1급 이하 공무원에 대해서는 부처 장관들에게 가급적 재량권을 줄 계획입니다. 다만 과거에 보면 지역이나 학연에 따라 여러 가지 인사편중 현상이 발생하고, 한편으로는 장관들이 자기 사람 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런 왜곡된 인사가 되지 않도록 최종 평가를 청와대에서 하겠다는 것입니다.” >>모든 인사권 다 가질래
'80노인'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건강이 최근 들어 급격히 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벌써 한달 사이에 세 차례나 병원 신세를 졌다. 어제 오후부터는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이 정보기관의 정보망에 오르기 시작했다.
급기야 김 전 대통령이 협심증 증세를 보여 10일 낮1시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청와대 시절 제1부속실장을 지낸 김한정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의 입원 직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김 전 대통령이 협심증 증세를 보여 기력이 약해졌다"며 "심장계통에 대한 보다 정확한 건강진단을 위해 입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오후 7시경 김 비서관은 두번째 전화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이 심장에서 피를 내보내는 관상동맥의 일부가 막힌 것을 풍선시술법을 통해 치료했으며, 수술후 상태는 양호하다"며 "김 전 대통령이 그리 오래 입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5월8일 어버이날에도 입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번에 세브란스에 입원함으로써 한달 사이에 3번째로 입원을 하게 된 셈이다.
(중략) 국민의 정부 한 비서관 "디제이의 병은 한마디로 홧병"
이번 입원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병명은 보다 분명해질 가능성이 높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병원의 진단이 내려지기 전에 "홧병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의 정부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한 측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은 한마디로 말해 홧병"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대북송금 특검을 밀어부치던 올 초부터 우울증 증세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측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역적처럼 나를 몰아부친다'면서 한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대북송금 특검과 관련,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의 말 바꾸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첫해 이뤄진 대북송금 특검은 2000년 김대중 정부가 김정일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4억5000만 달러(약 5000억원)를 북한에 불법으로 넘겨준 사건을 파헤쳤다. 이 일로 김대중·노무현 두 전 대통령 사이에는 앙금이 생겼다.
문 후보는 5일 광주MBC 라디오 '시선집중 광주'에 출연해 "대북 송금은 꽉 막혀 있던 남북관계를 여는 특단의 조치"라며 "(대북 송금은) 사법처리할 일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할 일이다. 근데 특검을 해서 광주전남에 상처를 입히고 실망감을 준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이날 발언은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불법으로 넘겨준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대북송금 특검 결정 과정과 관련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거짓말을 했다며, TV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박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 전 대표가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느냐 특검이 수사하느냐 선택의 문제였다. 검찰 수사는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 대상이 한정된 특검을 택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송금 특검은 민주당에서도 모두 반대했고 심지어 당시 당 대표였던 정대철, 사무총장 이상수 의원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이라던 김원기 고문도 청와대를 방문해 반대했다"면서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은 새누리당 요구와 DJ(김대중 전 대통령)와의 차별화를 위해 대북송금 특검을 노 대통령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2015년 전당대회 대표 경선 때도 저의 사과 요구에 문 전 대표는 'DJ가 용서했다'고 답변했으나, 제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니 문 전 대표는 노 대통령 서거 때 DJ의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지는 심경'이라는 말씀 속에 사과가 포함됐다고 생각한다는 엉터리 답변을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