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색청

저장 2020. 11. 9. 05:57

150115 푸른 밤 종현입니다 - 색청사연




자..음.. 좀 긴 사연이 있어서 소개해드릴게요

[경기도 평택에서 제이님이 보내주셨어요. 매일 푸른밤 듣다가 오늘은 용기를 내서 글을 씁니다. 저는 매일 밤 '내일도 쉬러와요~'라는 쫑디의 인사와 함께 잠이 드는 청취자 중 한 명입니다. 사실 저는 색청이 있어요. 소리를 들으면 눈으로 색이 인식되는 장애라고 합니다. 그래서 너무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리는 곳이나 많은 소리가 들리는 곳에 잘 다니지 못해요. 길을 걸을 땐 아주 익숙한 노래를 튼 체로 이어폰을 꽂고 다니곤 한답니다. 그래도 자주 넘어지지만요. 노래를 듣기만 할 땐 눈을 감는 게 오래된 습관인데요. 중학생 때 언니의 추천으로 쫑디의 노래를 처음 듣고 가을 햇살 같은 금빛 목소리도 있구나~하고 생각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곧 대학 졸업 앞두고 조용한 곳으로 이사를 해서 푸른밤을 듣고 있어요. 요샌 라디오에서 금빛 목소리가 일렁이는 걸 보며 잠이 들어요. 그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할 지 모르겠네요. 쫑디도 푹 쉬어요. 매일 마지막 인사에 그런 인사를 했습니다. 저의 신청곡은 에피톤 프로젝트의 선인장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보내주셨네요. 음 색청을..색청이 있는 장애를 갖고 계시군요. 저는 처음 들은 장애인데 유지연 님도, [아 소리가 색으로 인식된다니..] 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처음 들으신 거 같아요. 제 목소리가 금빛..으로 보이시는군요. 음 얼마나 힘들까요. 이게 사실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또 색으로 인식이 되면 되게 어.. 혼란스러울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힘드셔서 그런 곳을 많이 안 다니시고 평소에도 소리를 좀 차단하고 다니시는 거 같은데 어.. 그런 분에게 제가 라디오로 힘을 드릴 수 있다라는 게 너무 기쁘구요. 들으시면서 좀 편하게.. 라디오를 듣는 시간만큼은 편하게 금빛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셨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에게 제 첫 솔로 앨범 싸인 CD보내드리겠습니다.
이예린님, [와 세상에.. 한편으론 예쁘고 한편으론 마음이 아린 사연입니다. 금빛목소리라니.. ]하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공감을 하기에는 너무 뭐랄까?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여서 이렇게 신기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정작 본인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힘들까?라는 생각에 어떻게 좀 마음을 달래드려야 할 지.. 얼마나 불편할까요.
이지은님, [방금 사연 보내신 분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하셨습니다. 그래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푸른밤이라는 프로그램 안에서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모르지만 같은 시간과 같은 음악과 이야기를 공유했다라는 이유로 서로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잖아요. 사연 보내주신 제이님도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에피톤 프로젝트 - 선인장]


음.. 앞서 소개해드렸던 제이님의 사연 있잖아요. 색청을 앓고 계시는.. 그 전화 연결을 한번 해봤어요 급하게. 많은 분들이 지금 '행복하길 바래요 우리 사연 보내주신 분~'이렇게 사연도 많이 보내주고 해서 지금 연결해봤습니다.

종현DJ : 안녕하세요~!

제이님 : 어 안녕하세요~

종현DJ : 안녕하세요~ 그 사연 보내주신 제이님이시죠?

제이님 : 네 안녕하세요~

종현DJ : 앞서서 어디서 지내는 지 다 소개해드렸으니까 그런 이야기는 빼고 우리 푸른밤 가족분들에게 인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제이님 : 어 안녕하세요 24살 네.. 제이양이라고 합니다

종현DJ : 네 안녕하세요 그 색청을...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되죠? 색청을 앓고 있다고 얘기 하나요 아니면 색청을 갖고 계신다고..?

제이님 : 네 색청이 있다고 병원에서 그러더라구요

종현DJ : 음~ 본인은 어.. 색청이 있다 그렇게 표현을 하면 되겠군요. 이게 선천적인 건가요?

제이님 : 후천적으로 생기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는데 전 선천적으로 그런게 있어서..

종현DJ : 어.. 어렸을 때 부터 계속해서 색을 보셨군요?

제이님 : 아 네 어렸을 때 좀... 이상한 일이 있어서 병원에 이제 부모님께서 데리고 가셨는데 선천적으로 색청이 있다고..

종현DJ : 그게 어떤 일이 였을까요?

제이님 : 피아노 학원에 어렸을 때 다녔었는데 학원에서 오케스트라 같은 것을 애들을 모아서 보러 갔었는데 그 때가.. 태어나서 그렇게 악기가 연주되는 것을 처음 봤어요.

종현DJ : 아 그렇죠. 악기가 정말 많고 또 여러가지 음이 한꺼번에 들리고 ..

제이님 : 네 그래서.. 계속 보고있다가 거기서 이제 앉은 자리에서 너무 많이 색깔이 보이니까 그걸 감당을 못해서 토하고 이제..

종현DJ : 아 그랬구나~ 그 어린나이에 그런 걸 겪게 되니까 그랬군요.. 악기마다 색깔이 다르게 보이고 그럴 수 있겠네요?

제이님 : 아 네네 그거는 달라요. 다.

종현DJ : 아 어때요? 피아노는 무슨 색이에요? 너무 궁금하다

제이님 : 피아노는 먹색인데 까만색이랑 하얀색이랑 중간 정도되는 먹색인데..

종현DJ : 무채색이군요

제이님 : 네 그것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종현DJ : 어.. 어떠세요 본인은..? 사실 어떻게 보면은 상당히 로맨틱하다고 느껴질 수 있어요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공감각을 이게 음.. 타고난거기 때문에. 너무 불편하시죠 근데..?

제이님 : 저같은 경우는 안 보였던 적이 없으니까, 보이지 않는 상황을 잘 몰라서 엄청나게 불편하진 않은데 사람이 많은 데를 가면 아무래도 목소리가 많이 들리니까..

종현DJ : 그 때 얘기하셨던 것처럼, 갑자기 많은 악기나 음이 들리는 것처럼 사람이 많으면 여러가지 색이 동시에 보이는군요?

제이님 : 네 그래서 길을 못 걸어다녀요 사람이 많으면..

종현DJ : 그 궁금한 게 있는데, 색이 들린다는 거. 색이 보이는.. 그러니까 소리가 보인다는 거 어떤 식으로 보이나요? 안개처럼 이렇게 보이는 건가요? 아님 선이 생기나요? 아니면,,

제이님 : 어 안개처럼 보이는 소리도 있고 비누방울처럼 방울져서 보이는 소리도 있구요..

종현DJ : 아 그렇군요..

제이님 : 제가 다니던 대학교에 굉장히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교수님이 계셨는데, 바이올린은 원래 막 연주를 굉장히 잘하면 빨간색에 가까운 색이 나오는 거 같아요~ 그 분이 연주하실 때는 빨간색이 비단? 실크같은게 휘감아져서 나오는 그런 게 보여요

종현DJ : 아 그래요? 그러면 본인이 보기에 가장 예쁜색이 나는 악기는 뭐에요?

제이님 : ...어... 색깔이 다 다르긴 한데

종현DJ : 네, 마음에 드는 색?

제이님 : 어... 아.. 얘기 해도 되나? 네.. 어..

종현DJ : 불편하시면 안 하셔도 괜찮아요

제이님 : 제가 얼마전에 페이스북에 익명으로 글을 올렸었어요.
(참조 >> https://www.facebook.com/962935677053725/posts/1006441652703127 )
이제 제가 다니던 대학에 피아노를 치던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피아노를 치면 그 친구는.. 보통 피아노는 먹색인데 그 친구가 피아노를 치면 눈이 내리는 것처럼~

종현DJ : 어.. 그런 식으로도 표현이 되는군요?

제이님 : 하얀 가루같은 게 쏟아져 나오는 그런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종현DJ : 연주법에도 차이가 나고 그렇군요? 사람에 따라..

제이님 : 네

종현DJ : 신기합니다. 어 김가은님이 [뭔가 상상력이 풍푸하실 거 같고 그래요. 제 일이 아니다 보니까 너무 쉽게 말하는 듯해 죄송하지만 어찌보면 삶이 다채로우실 듯 해요]하셨습니다. 본인이 느끼기에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한 번도 색이 안 보인.. 소리가 안 보인 적이 없어서, 크게 어떻게 다른 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건 사람 많은 덴 좀 불편하다 이야기 해주셨는데.. 음.. 혹시 사람만날 때 불편함이 있거나 그러시진 않으세요?

제이님 : 어.. 사람을 많이 만나는 걸 잘 못해요. 오케스트라나 연주회같은 것도 옛날에 한 번 그러고 나서는 학생때는 거의 못 보러 다녔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다시 보러 갔었어요. 근데 그 때는 정말 재미있게 봐서~

종현DJ : 아 이게 조금 성장하고 익숙해지다보니까..

제이님 : 네 그래도 약간 어렸을 때만큼 이렇게 불편함이 크지는 않은 거 같아요. 어렸을 때는 많이 넘어지고 그래서.. 넘어지는 일이 잦아서..

종현DJ : 그러니까 시각적으로 좀 불편함이 있으니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보지 못하셔서.. 소리를 보느라

제이님 : 그리고 길에서 갑자기 노래를 틀면 시야가 맑았었는데 갑자기 노래가 나와버리면..

종현DJ : 아 그렇군요.. 그런 부분에 불편함이 있겠네요. 영화같은 거 보실 땐 어떠세요? 영화에는 또 영상이 나오고 음악이 입혀지는데 이게 또 시각으로 나오면 좀 불편함이 있을 거 같아요

제이님 : 아 네 근데 녹음이 되어있는 소리는.. 사람한테서 바로.. 악기나 사람한테서 바로 나오는 소리랑은 조금 다른..

종현DJ : 아 또 그래요?

제이님 : 네 그래서 영화보는거는 되게 좋아해요ㅎㅎ

종현DJ : 어떠세요? 혹시 음악 관련된 학과를 다니시거나 공부를 하고 계신가요 지금?

제이님 : 어 아니요 저 공대다니고 있어요ㅎㅎ

종현DJ : 아 그래요ㅎㅎ 그렇군요. 사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무언가를 경험하시고 있는 중이시지만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삶을 걸어 오셨기에 좀 상처가 있을 거 같다라는 우려도 있었는데, 지금 이야기 들어보니까 되게 밝으신 분인 거 같아서 너무너무 다행이네요

제이님 : 감사합니다

종현DJ : 긍정적이신 거 같아요. 제 목소리가 금빛이라니.. 일단 그것도 감사하구요. 고급스럽게 표현해주셨어요~

제이님 : 아 그냥 이제 전화가 연결이 됐으니까.. 정말로 종현씨 목소리가 그 색깔이거든요. 가을에 굉장히 하늘이 맑을 때 햇볕이 땅에 비춰서 반짝거리는 그런 노란색깔이에요.

종현DJ : 아 그래요?

제이님 : 네 그래서 되게.. 추울 때 보면 좋아요

종현DJ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푸른밤 함께 해 주시구요. 오늘은.. 오늘 또 이런 좋은 이야기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푸른밤 가족분들에게도 참 즐거운 시간이었을 거 같고 제이님에게도 좀 뭐랄까?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으면 해요.

제이님 : 네 저 부탁하다 드려도 될까요?

종현DJ : 네네!

제이님 : 저 앞으로도 노래 많이 불러주세요

종현DJ : 알겠습니다.ㅎㅎ 꾸준히 부르겠습니다.

제이님 : 네ㅎㅎ

종현DJ :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제이님 :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네 2711님이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 웃으시면서 조곤조곤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네요~]하셨습니다. 그래요 우리 푸른밤 가족분들도 저도 우리 제작진분들도 모두 혹시나 상처가 될까봐.. 우리들의 뭔가 이야기들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긍정적으로 다 이야기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렸습니다. 자 기분이 너무너무 좋네요~








https://m.facebook.com/962935677053725/posts/1006441652703127


#유대숲5763 #너에게쓰는편지

오늘은 내가 유니스트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야.

그래서 그냥 이제서야 너한테 내 얘기를 해볼까 해.
이건 그냥 내 얘기야. 네가 물었을때 말해주지 못했던,
그래서 4년이 지난 이제서야 꺼내는 이야기.

너는 기억할지 모르겠어. 처음 나와 안면을 텄던 날, 네가 물었었지, 그렇게 좋은 대학을 붙어놓고 왜 울산까지 내려왔느냐고. 그래서 나는 그냥 여기가 좋아서 왔다고 그랬다. 사실이었다. 조용하고 평온한 유니스트가 내가 갈수 있는 곳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었거든.

대학에 와서 누구한테도 제대로 말한 적이 없지만, 나는 사실 색청이 있다. 별 건 아니야, 그냥, 귀에 들리는 소리를 눈으로 인식하는 장애야. 소리가 색으로 보이는. 그냥 그런 거. 그래서 나는 사람이 많은 곳에는 오래 있을수가 없어. 너무 많은 색이 보일때가 있어서. 길을 걸을 때는 늘 익숙한 색깔의 노래를 틀어놓고 길을 걷곤 한다. 점심방송 저녁방송으로 스피커에서 처음 보는 색이 나올때면 물끄러미 쳐다보며 길을 걷다 넘어지기도 하고, 그냥 그런 거.

너는 파란 목소리를 가지고 하얀 피아노를 쳤다. 이상하지, 피아노는 보통 까만색도 하얀색도 아닌 그 중간의 먹먹한 빛깔인데 네 피아노는 온통 하얗게 보였다. 가끔은 눈이 내리는 듯도 했다. 내가 너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직접 본건 4년동안 꼭 4번 뿐이다. 너의 피아노를 들을 때마다 나는 늘 눈내리는 벌판에 혼자 앉아있었다. 너는 파란색 목소리를 가지고 말하면서 피아노는 꼭 눈처럼 새하얗게 연주했다. 나는 그런 너의 피아노를 좋아했다.

내가 색청이어서 좋다고 느낀 점은 딱 하나였다. 멀리서도 지나가면서도 네 피아노가 들리면 나는 그것이 너인것을 금방 알수 있었다. 혹시 방해가 될까 문밖에 우두커니 서서 나는 네가 내리는 새하얀 눈을 맞고 있곤 했다. 이제와 꺼내는 이야기다. 너는 어느날은 마음이 아팠고 어느날은 기뻤고 어느날엔 잠을 깨기 위해 피아노를 치곤 했다. 건방지게도 나는 그런것 같았다. 학생회관을 지나치다 너의 피아노가 들리면 나는 분수대에 멍하니 앉아 네가 내리는 눈을 고스란히 맞았다.

얼마 전 네가 대학원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좁디 좁은 학교라, 우리가 그저 인사만 건네는 사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도 네 소식은 들려오더라. 너는 여전히 유니스트에서 새하얀 눈이 내리는 피아노를 치겠구나. 불현듯 그게 참 기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그저 4년 동안 얼굴을 마주치며 인사만 하는 사이었지만, 나는 너의 피아노를 참 좋아했다. 왜그랬는지는 몰라도 참 그랬다. 너의 피아노를 볼수, 들을 수 있어서 나는 이 학교에 있는 4년동안 참 행복했다.

그래서 그냥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 솔직히 여기다 글을 쓴다고 네가 볼지는 모를 일이다. 너는 무던한 아이라서, 이 글을 보고도 거참 희한한 일이구나 하고 지나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고마워. 네 피아노 연주를 정말로 좋아했어. 도둑처럼 매번 몰래 들어서 미안해. 그래도 알아주었으면 해, 네 연주는 정말로 멋있어. 그러니까 피아노는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앞으로도 많은 소리를 보겠지만, 네 피아노를 종종 생각하게 될것 같아. 4년동안, 고마웠습니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074427582571200&id=962935677053725


#유대숲10454 #Be_happy_all_Unistars
2015. 3. 24 오후 11:25:48

안녕하세요. 세달 전 즈음 색청이라는 글을 적었던 졸업생입니다.

친구에게 글에 대한 소식을 듣고 많이 고민하다가 이렇게 다시 글을 씁니다. 적어도 제가 쓴 글로 인해서 그릇된 정보를 얻으시는 분이 한분이라도 생기면 안될것 같아서, 굳이 이렇게 사족을 붙이는 것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색청은 흔한 공감각 현상이라고 합니다. 소리를 들으실 때 그냥 이미지나 색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색청이라, 장애라기 보다는 많은 분들이 경험하시는 공감각 현상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굳이 제 글과 라디오에 장애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은, 제가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는 신경세포 미분화로 소리를 눈으로 바로 인식합니다. 때때로 그렇게 눈으로 인식한 내용이 다시 다른 감각으로 전이되기도 합니다. 시각이 통각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촉각이 후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뇌장애의 일종이라고 하는데, 공감각 '현상'이라기 보다는 그냥 감각기가 받아들이는 정보를 뇌가 여러 신경세포로 느낀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공감각 현상이 장애라는 인상을 깊게 심어드린것 같아 죄송한 마음에 긴 글을 적었습니다. 사실 마음쓰지 않으실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도둑이 제발 저리는 마음에 제대로 된 이야기를 이제서야 씁니다.

낯선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좋은 말씀만 들려주신것도 모두 감사합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서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유니스트:]

+

마지막에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라는 인사는, 제가 그 친구를 처음 봤을때 그 친구가 연주했던 Merry christmas Mr.Lawrence 곡명을 인용했습니다. 원래 적었던 마지막 인사는,

Just be happy, My white christmas. 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094583057222319&id=962935677053725

#유대숲12614 #너에게_쓰는_편지
2015. 4. 26 오후 7:27:41

졸린 하늘색이라는건 뭘까. 네가 없는 집에서 책정리를 하다가 나는 오늘 우연히 네 초등학생 때 일기장을 찾았다. 2001년 5월 4일 날씨 흐림. 하늘이 졸린 색이어서 낮잠을 잤다. 너는 어릴 적에도 글씨를 참 잘 썼다. 2003년 11월 6일. 하늘이 오늘은 유난히 빠르다. 빠른 하늘색이라는건 또 뭘까. 나는 사실 솔직한 네 언어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제는 공부로도 학벌로도 어딜 가서도 뒤지지는 않는 나인데도 그렇다.

이제와 솔직히 말하지만 나는 가끔 너를 질투했다. 할머니를 가장 많이 닮은 엄마를 가장 많이 닮은 너를, 엄마가 항상 나보다 좀 더 신경쓴다는 생각이 들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은 후회한다. 네가 병원에 처음 다녀오던 날, 너에게 했던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만 있다면 하고. 너는 글을 참 잘 썼다. 워낙에 도서관에 틀어박히는 성미라 그랬는지 몰라도, 너는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렸다. 엄마를 닮아 달리기도 잘 했고 노래도 잘 했다. 남들의 배는 기억력이 좋았고 뭔가 배우기도 전에 이미 깨닫곤 했다. 고등학생이 된 네가 초등학생 6년 내리 반 아이들의 이름을 출석번호 순으로 여전히 줄줄 외는 것을 보고 나는 영어단어 몇개가 외워지지 않는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 생각했다. 나는 늘 전교 1등이었지만 엄마는 종종 내게 너의 미래를 걱정하곤 했다. 아마도 엄마는 어렴풋이 그 비슷한 것을 살아왔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제서야 그런 마음을 조금은 알것 같은 기분이 든다.

너는 많이 아팠다. 다리가 부러진줄도 모르고 아침에 음식을 짜게 먹었나 자꾸 중얼거리며 물을 몇병이나 마셨을때도 그랬고, 이마가 찢어져 뼈가 드러났을 때는 몸이 너무 뜨끈뜨끈 하다면서 쇼크로 덜덜 떨리는 몸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별 말도없이 풀썩 쓰러진 너를 싣고 병원에 갔을때는, 구멍난 위에 봉합수술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눈을 뜬 너는 어쩐지, 요새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며 그래서 그런거였구나. 하고 혼자 수긍했다. 하얀색은 너무 짜잖아. 어린 네가 도화지를 받아들면 그림을 그리면서 그런 말을 하곤 했던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병원에 입원하지도 않고 마룻바닥에 모로 누워 쿨쿨 자던 네가 꼭 어디가 고장난 로보트같다고 생각했다.

너는 운적도 별로 없다. 너는 남의 일로 우는 적은 많아도 도무지가 네 일로는 우는 일이 없었다. 너는 의사가 되고싶다고 하면서 병원 다큐멘터리를 보면 끙끙 앓았고 남이 맞는 것을 보면 네가 맞은 듯 멍이 들기도 했다. 남들보다 나뭇가지가 덜 자랐다는 네 뇌는 가끔 착각으로 너를 멍들게 했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그 모든 것들이 네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당연하게 의대를 포기하고 다른 대학에 원서를 넣었다가, 내가 서울에서 누렸던 그 많은 것들을 강제로 포기하고 끝내는 기어이 울산으로 내려가버린 네가 참 독하고 멍청하단 생각도 했다. 멍청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스무살 너를 보면서 그랬고 스물 셋 너의 졸업식에 와서도 그랬다. 진짜 멧돼지나 나올법한 산골짜기 학교에서 너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멍청한 네 외로움을 생각했다.

네가 세상에서 견뎌나가야 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나는 잘 모른다. 애석하게도 나는 네가 엄마를 닮은 것 만큼 엄마를 닮지 못했다. 남들 다 따는 운전면허를 따고 싶어 세번이나 덜덜 떨면서 시험을 보고, 그렇게 면허를 받고도 클락션 소리가 깜깜해 다시는 운전대를 잡지 못하는 네 심정을 나는 모른다. 그것이 돈낭비라고 혀를 차면서도 그까짓 네 운전면허 하나에 기뻐하던 엄마의 마음도 모른다. 언니는 참 눈부신 노래를 좋아해. 가을 햇살을 노래한다는 어떤 가수도, 가로등의 주광색 멜로디를 부른다는 어떤 가수도, 나는 그저 그냥 좋아할 뿐 어렴풋이 그런 느낌이지. 하고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오늘 너의 유년시절 일기를 읽다가 나는 조금 울었다. 어느샌가부터 너는 누구에게 네 생각을 제대로 말한 적이 없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굳어지기 시작한 습관이었다. 너는 특별하다. 할머니와 엄마가 그랬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그렇다고 의사는 그랬다. 나또한 이공계에 꽤 오래 몸담고 있지만, 네가 외롭지 않을 방법을 아직 아무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슬퍼 울었다. 너보다도 너를 더 오래 본 나도 네 마음을 알아줄 수 없다는 무력함이 서러워 울었다.

사실 네가 처음 SNS 이야기를 꺼냈을 때, 엄마는 걱정했고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 그럴 미담 정도로 지나가겠거니. 그런 이야기를 생전 않던 네가 그런 글을 썼다는 게 놀라웠을 뿐 그게 걱정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가끔 인터넷에서 네 사연을 뒤적거렸다. 네가 굳이 그 가볍고 가벼운 공감각 용어 '색청'에 너를 빗댄 것부터, 마침내 네 입으로 너는 뇌장애가 있다고 말하기까지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라디오에 읽어주지 않아도 괜찮다며 썼던 편지가 읽히고, 너는 절대 만날 수 없을 아이돌 DJ와 통화를 하면서 너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네가 했던 말 중에 따가운 글씨. 라는 말이 있다. 나는 글씨의 따가움은 느끼지 못하지만 말의 따가움은 느낄 수 있다. 아 그런 사람중에 누군 송곳으로 제 귀를 찔러서 농아가 됐대요. 뭐 이거 정신병자가 싸지른 소설 아닌가요. 감성팔이- 그래, 너에게는 팔아넘겨도 넘쳐나는 타고난 감성이 있었다. 나는 네 글이 아니라 네가 읽을 수도 있을 글을 걱정했다. 따가운 말들로 남의 일을 떠들기란 쉬운 일이다. 남의 인생을 한낱 즐거움을 위한 소재로 팔아넘기면 부자가 되기도 쉬운 세상이다. 너의 특별함을 이용해 저가 더 특별해보이고 싶은, 스스로 특별한 줄 모르는 사람들도 바글바글한 세상이다. 너는 그 이후로 다시는 그 글을 입에 올린 적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말을 참아야겠다. 그렇게 말했다. 너 하나 참는다고 세상이 조용해질까. 당장 내 세상도 이렇게 시끄러운데 들어도 듣지 않고 봐도 보지 않는다는 너는 오죽할까. 다른 사람의 입을 다물리느니 네 입을 닫는 것이 그나마 소음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을 너는 너무 옛날에 알아버렸다.

그런 너에게 차마 말하기 부끄러워 예전에 묻어버린 말이 하나 있다. 사람들은 네 세상이 참 예쁘겠다 아름답겠다 하지만, 나에겐 너의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은 오로지 너 하나 뿐이었다. 너는 너보다 약하고 작은 것들을 돌볼 줄 알았고, 너를 이해받기보다 남을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제대로 웃을 줄 알았고 예쁜 말을 할줄 알았다. 덤덤한 너의 글이 미사여구 하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것은 비단 그 이유였을 것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 옛날 왕의 이발관은 아무에게도 말 못할 이야기를 대나무숲에 외쳤다지. 그 메아리는 지금도 어느 바람을 타고 돌고 있을지 모르겠다. 너의 오래된 이야기 하나가 돌고 돌아 가만가만 사람들 마음을 울려준 것처럼. 네가 심은 대나무가 혹시 외로울까봐 나도 유니스트 대나무숲에 몰래 숨어들어와 대나무를 하나 심고 간다. 나는 너처럼 덤덤하게 말하는 법을 몰라 주절주절 길게 적었다. 이해해주려무나.

단 하나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이 너의 이야기들 조차 누군가에겐 그저 하찮은 농담거리 따위가 될까봐 그것이 두려울 뿐이다. 나의 글로 인해, 그리고 너의 글로 인해 네가 절대로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 어쩌면 우리조차 남의 삶을 흥밋거리로 여긴 적이 한번쯤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니 이번에는 우리도 너그러워져야 할 순간일지 모른다. 나는 너의 언니라 이렇게 주제넘은 말을 쓴다.

사랑하는 내 동생아.
너는 평생 나의 기쁨이고 자랑이다. 앞으로도 그렇겠지. 그러니 너는 너 자체로 행복이란 것이 되기를 바래.
그리고 언젠가 너의 행복이라는 것이 어떤 빛깔이고 어떤 향기이며 어떤 소리인지 나에게 알려주면 좋겠다.

사랑한다.

2015.4.26. 무더운 봄, 본가에서.
너의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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